역사/음식

돈까스의 역사: 서양에서 일본, 그리고 세계로 이어진 맛의 여정

후라이펜 2025. 3. 1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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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까스의 역사: 서양에서 일본, 그리고 세계로 이어진 맛의 여정

 

https://www.youtube.com/watch?v=J16zZxWN16Q

 


돈까스(とんかつ, Tonkatsu)는 바삭한 튀김 옷과 부드러운 돼지고기로 사랑받는 일본 대표 요리입니다. 오늘날 돈까스는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한국의 "돈가스"나 서구권의 "Tonkatsu"로도 친숙합니다. 하지만 이 간단해 보이는 요리의 기원은 서양에서 시작되었고, 일본의 독창적인 식문화와 만나며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돈까스의 역사와 그 변천 과정을 깊이 파헤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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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돈까스의 시작: 서양 요리의 일본 상륙
돈까스의 역사는 19세기 말 일본 메이지 시대(1868-1912)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일본은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식문화도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당시 서양 요리법이 일본에 소개되며 "요쇼쿠(洋食)"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겨났는데, 돈까스도 여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돈까스는 프랑스의 "코틀레트 드 보(côtelette de veau)"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는 송아지 고기를 빵가루에 묻혀 튀긴 요리로, 일본에서는 "카츠레츠(カツレツ)"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초기 카츠레츠는 일본인의 일상에 쉽게 녹아들지 못했습니다. 소고기나 송아지고기는 당시 귀한 재료였고, 육류 소비가 드물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1899년, 도쿄 긴자에 위치한 레스토랑 "렌가테이(煉瓦亭)"가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렌가테이의 셰프는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사용하고, "돈(豚, 돼지)"과 "카츠(カツ, cutlet)"를 결합해 "돈까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로써 돈까스는 서양 요리의 틀을 벗어나 일본만의 독창적인 요리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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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일본식 재해석: 템푸라와 팡코의 조화
돈까스가 일본에서 독자적인 요리로 자리 잡은 데는 일본의 전통 조리법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프랑스식 코틀레트는 버터에 살짝 튀기는 방식이었지만, 일본에서는 템푸라의 "딥 프라이" 기술을 적용해 기름에 완전히 잠기도록 튀겼습니다. 이 방식은 고기를 더 바삭하고 기름기가 적게 만들었으며,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식감을 완성했습니다.

또 하나의 혁신은 빵가루입니다. 서양의 미세한 빵가루 대신, 일본은 "팡코(パン粉)"라는 굵은 빵가루를 사용했습니다. 팡코는 부드러운 식빵을 갈아 만든 것으로, 튀김 옷에 공기를 많이 머금어 바삭함을 극대화합니다. 이로 인해 돈까스는 서양의 카츠레츠와 차별화된 맛과 질감을 갖추게 되었고, 요쇼쿠 메뉴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이 시기 돈까스는 고급 요리에서 점차 대중적인 음식으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저렴하고 구하기 쉬웠던 점, 그리고 튀김 요리가 일본인의 기호에 맞았던 점이 큰 이유였습니다. 돈까스는 단순히 서양 요리를 모방한 데서 그치지 않고, 일본의 식재료와 조리 기술로 재탄생한 결과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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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대중화와 다양성: 돈까스의 황금기
20세기 들어 돈까스는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쇼와 시대(1926-1989)에 돼지고기 생산이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돈까스는 일반 가정에서도 즐길 수 있는 요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는 군대 식단에 포함되며 고열량 음식으로 각광받았고, 이 시기 개발된 "돈까스 소스"가 맛을 한층 풍부하게 했습니다. 이 소스는 영국 우스터셔 소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사과, 토마토 등 과일과 채소를 추가해 달콤하고 깊은 맛을 내는 일본식 소스입니다.

돈까스는 단품 요리를 넘어 다양한 변형으로 발전했습니다:
- **카츠동(カツ丼)**: 돈까스를 계란과 양파와 함께 간장 국물에 조려 밥 위에 얹은 요리.
- **카츠 카레(カツカレー)**: 일본식 카레에 돈까스를 얹어 풍미를 더한 메뉴.
- **카츠 샌드(カツサンド)**: 돈까스를 빵 사이에 넣어 만든 간편한 샌드위치.

특히 지역별 특색도 생겨났습니다. 나고야의 "미소 카츠"는 된장 소스를 얹어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며, 오사카에서는 두꺼운 고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변형은 돈까스가 일본 식문화에 깊이 뿌리내렸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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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세계 속의 돈까스: 글로벌 확산
현대에 이르러 돈까스는 일본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갔습니다. 한국에서는 "돈가스"로 불리며, 얇게 썬 고기와 데미글라스 소스를 곁들인 스타일로 발전했습니다. 한국식 돈가스는 일본 돈까스와 달리 고기를 두드려 얇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 식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Tonkatsu"라는 이름으로 일본 레스토랑 메뉴에 등장하며, 현지화된 변형(예: 치킨 카츠, 소고기 카츠)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돈까스 전문점이 큰 인기를 누립니다. "마이센(まい泉)"은 부드러운 고기와 섬세한 튀김으로 유명하고, "톤카츠 KYK"는 다양한 소스 옵션으로 차별화됩니다. 가정에서도 팡코와 돈까스 소스가 시중에 판매되며,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흥미롭게도, 돈까스는 일본에서 문화적 상징으로도 기능합니다. "카츠(勝つ)"라는 발음이 "이기다"와 같아, 시험이나 경기 전 돈까스를 먹는 풍습이 생겼습니다. 이는 돈까스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일본인의 삶에 스며든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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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 돈까스, 시대를 담은 바삭한 맛
돈까스는 프랑스 코틀레트에서 시작해 일본의 템푸라 기술과 만나며 독자적인 요리로 진화했습니다. 메이지 시대의 실험에서 출발해 쇼와 시대의 대중화, 그리고 오늘날 세계적인 인기까지, 돈까스는 시간과 문화를 담은 요리입니다. 집에서 간단히 튀기거나 전문점에서 즐기며, 그 바삭한 튀김 속에 숨겨진 역사를 맛보세요. 돈까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한 끼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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